2024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 #3: 한국 와인
한국에서도 와인을 만드는데, 한국 와인 부스에서 한국 와인을 조금 경험해 보기로 했다. 수많은 한국 와인 중 몇 군데를 방문했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것은 영동 와인 부스였고, 특히 산막 와이너리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한국 와이너리 최초로 제임스 서클링에게 점수를 받은 곳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평론가들의 점수를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그 정도로 인정받은 와이너리라니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막 와이너리 SANMAC WINERY , 충북 영동
'한국의 특별한 테루아와 포도를 유럽 정통의 방식과 자연친화적인 철학으로 담아낸 한국 와인의 진수'
한국의 와이너리인 산막 와이너리 부스. 이곳은 충북 영동에 위치한 와이너리다. 먼저, 사장님?으로 보이는 여성분께서 친절하게 응대해주셨고 시음을 도와주셨다. 나는 자세한 정보를 모르고 마시다 보니 아쉽게도 제임스 서클링에게 점수를 받은 와인은 마셔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와인을 마셔보았다. (박람회 같은 사람 많은 곳은 떨리다 보니 적극적으로 말을 못 하겠다.)
처음으로 마셔본 와인은 '청수'라는 포도 품종을 사용하여 만든 드라이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 '라라'다. 색상은 전체적으로 옅은 짚의 색상을 띤다. 그리고 냄새는 어떨까? 약간의 파마약같은 냄새가 조금 났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지만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고, 이내 싱그러운 포도향과 열대 과일, 시트러스, 꽃 향기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마셔보니 입에서는 상큼한 생포도 풍미와 신선한 산미가 퍼졌다. 굉장히 가볍고 상큼 발랄했다. 확실히 기대 이상이었다.
라라내추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내추럴 와인이다. 그렇다면 이 와인은 분명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한으로 해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첫 사진에 있는 것처럼 "No 설탕, No SO2, No 효모"인데, 이 말은 즉,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보당 작업을 하지 않고, 인위적인 이산화황을 넣지 않았으며(효모의 영향으로 와인에는 자연적인 이산화황은 존재한다), 선택된 효모 없이 오직 자연 효모로만 발효한 와인이다.
와인의 색은 라라와 비슷했다. 그리고 향은 향긋한 포도향이 났다. 거기에 시트러스, 허브가 뒤따랐다. 맛에서는 산미가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주었지만 라라보다는 좀 더 신 듯하다. 맛의 집중도가 기존 라라보다는 조금은 허전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추럴 와인 아닌가? 도수는 6.5도로 보통의 와인에 비해 굉장히 낮은데 이는 보당을 하지 않기 때문에 효모가 알코올 발효에 필요한 당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이게 첫 출시이고 앞으로 더더욱 좋아지리라 생각하는데, 다음에는 어떨지 또 한 번 마셔보고 싶은 와인이다. 한국에서 내추럴 와인을 만든 산막 와이너리의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산막 와이너리의 세미 스위트 레드와인 '미'를 시음했는데, 포도 품종은 청수, 캠벨, 머루를 블렌드 했다. 신기하게도 화이트 포도 품종과 레드 품종을 블렌딩 해서 만들었다. 처음에 세미 스위트라고 하시길래 화이트 와인을 받을 잔을 내밀었는데 빨간 액체가 흘러나와 당황했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했다!
향을 바로 맡아보았는데, 확실히 청수, 캠벨, 머루를 블렌드 했다고 하셨는데 딱 그 세 개 포도의 향이 섞여있는 향이 났다. 거기에 체리, 딸기, 약간의 야성적인 냄새도 났다. 마셨을 때 적절히 달콤한 정도의 당도와 적당한 산도가 느껴졌다. 매콤한 음식이 당길 때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막 와이너리에서 시음한 세 종류의 와인 시음 경험은 너무나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친절하고 적극적인 사장님의 태도가 얼마나 자신이 만든 와인에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와인은 분명 그렇게 뛰어난 퀄리티를 가진 와인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와인 역사는 길지도 않거니와 와인 문화권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한국은 여름에 강수가 집중되어, 포도가 성장기에 피해야 할 과도한 수분과 습기로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그 힘든 여러 조건을 이겨내고, 한국은 한국만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경험했다. 한국의 와인이 꼭 유명한 산지 등을 무작정 따라 할 필요는 없다(물론, 함부로 따라 할 수도 없다). 와인은 그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고, 그것이 가장 최선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한국의 수많은 장인 분께 존경을 표한다. 한국 와인의 밝은 미래에 건배!